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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힐링

삶이 나를 밀어낼 때.....

by 달봉이책방 2025. 9. 20.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잃는 게 무서웠다.

잃는다는 말에는 알 수 없는 위태로움이 서려 있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붙잡고 있어야 헛디디지 않을 것 같았다.

살면서 나는 자주 잃어버렸고, 잃지 않으려는 강박은 갈수록 커졌다.

삶의 부피가 얇아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그것은 나를 버릇처럼 멈추게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마주할 때 조용히 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다.

속도을 줄이면 천천히 나아가면 언젠가 닥칠 이별의 순간에도 덜 아플 수 있을거라 믿었다.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그런 이야기를 했던 날, 그는 유난히도 담담한 얼굴로 말했따.

너는 외로워질 용기가 없는 거야. 떠날 사람이 떠나가는 게 무서운 거지.”

맞았다.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순간을 두려워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근데 사람들은 알아? 결국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아무리 밀어내도

남을 사람은 끝까지 남아준다는 거야.”

그의 말을 대답하지 못한 채 그의 말을 삼켰다.

그리고 오랜시간이 지난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상실의 순간에도 돌아보면 곁에 있어 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믿었던 이가

떠났다고 울던 날 헐레벌떡 전화해 주던 친구도 있었고, 어설픈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쳐주던 사람도 있었다.

사실 삶이라는 건 머물고 떠나는 일의 반복일 뿐이다.

떠난다고 전부 끝나는 것이 아니고, 붙잡는다고 영원히 머울러주는 것도 아니다.

이별이 아프다해서 상처를 미리 감싸 쥘 준비를 한다는 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내일 아프지 않기 위해 오늘의 사랑을 아끼는 일은 얼마나 우스운가.

삶이 나를 밀어낼 때마다 생각한다.

언젠가는 사라질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은 분명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고,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을 걱정하며 멈줘 있지는 말자고, 이별이 두려워서 조심스레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마음껏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며 살아보자고.

그러니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할퀴어져도 된다.

삶이란 결국 내가 시작해서 나만이 끝앨 수 있기에.

단지 내가 운전하는 택시처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오가는 손님에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내가 그렇듯, 그들도 나름의 여장에 바삐 간 것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