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모른다. 자식 가슴에 옹이가 생기는 순간을. 알기만 하면 다 막아줄 터라.신이 모르게 하신다.
옹이 없이 크는 나무는 없다고 모르게 하고, 자식의 옹이가 아비 가슴에는 구멍이 될 걸 알아서 쉬쉬하게 된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나는 이 대사가 마냥 좋았다.
곱씹을수록 뭉클해서, 오랜만에 점도 없이 맑은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해줘서 좋았다.
드라마 하나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낯설고 짖궂지만 이게 기쁨이고 평화같아서 좋다.
극 중 독백 내레이션으로만 표현되는 금명이의 속내는 나를 자주 멈칫하게 한다.
부모 앞에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 언행이 지나치게 내 것 같아서“그냥 미안하단 한마디가 하고 싶었는데,
그 물컹한 덩이들이 입 밖으로 나가면 꼭 가시가 됐다.”
이에 공감하지 못할 자식들은 세상천지에 없지 않을까.
함께 살 때는 감히 면전에 대고, 결혼해 독립한 지금은 전화와 문자로 부모님 가슴에 가시를 쏘아댔다.
노래하겠다. 글 쓰겠다 제대로 된 대화 한번 없이 엄마 아빠의 기대를 저버렸던 철부지 아들.
언제고 부모님 여린속의 대못이었으며 영영 아픈 손가락일 막내아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연애편지 쓰듯 했다. 한 자. 한 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 만번 고마운 은인에게는 낙서장 대하듯 했다.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고 튀어나왔다.”라는 금명이의 말이 내 지난 시절을 따금하게 회초리질 했다.
부모을 향한 죄책감은 언제나 다른 매개체를 통해 발현된다.
자식 가슴의 옹이처럼 신위 쉬쉬하게 하는 것이 아닌데도.
내 삶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삶 또한 그들에겐 처음이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엄마와 아빠는 내 멋대로 슈퍼맨 원더우먼 시켜두고, 나만 처음을 방패삼아 요지조리 빠져나갔다.
히어로들은 늙고 굽고 작아졌다.
자꾸 미안해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멋쩍에 웃는다. 자꾸 미안해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멋쩍에 웃는다.
부모의 세월은 껍데기만 흐른다.
가장 실하고 달큼한 알맹이는 자식의 삶고 하나로 두드라고.
결혼하고 아내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엄마는 이걸 어떻게 매일 해냈을까.
아빠는 이걸 어떻게 지금껏 버텼을까.
그들의 지난 삶 고됨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나는 이따금 삶이 지나치게 버거운 것 아닌가 불평한다.
이토록 엉망진창인 세상을 그들은 어찌 티 한번 제대로 낸 적 없이 건너왔나 싶다.
자식들 얼굴 보며 이겨냈다기에는 내가 그들 앞에 힘이 될 만한 얼굴도 오래 있었던 적이 없는데,
그런데도 엄마는 내가 군대 훈련소를 수료하던 날 소녀처럼 울며 한번 안아보자 했고, 아빠는 나의 모든
선택에 기수처럼 앞장서 쏟아지는 모든 살을 먼저 맞아줬다.
부모의 사랑은 양과 농도를 측정할 수 없는 독립된 무엇 같다.
말도 안 되게 크고 달다. 너무하다 싶을 만큼 이타적이다.
자신의 유익은 안중에 없고 자식을 향해 몰아치는 비바람을 틈 없이 막든 데 혼신을 다한다.
엄마 아빠에게도 엄마 아빠가 있었을 텐데. 그런 건 부모라는 명찰을 달고서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신은 자식에겐 후하고 부모에겐 박하다. 지나친 편애에도 불평 한번 않을 것을 알아서일까.
그들이 맘졸이며 발 동동 구른 시간만큼 내가 탈 없이 자랐음을 안다. 내게는 가정을 꾸러 집을 나간 자식에게
여전히 밥을 먹었느냐 묻는 엄마가 애순이고 어떻게 알았는지 매번 필요한 걸 뚝딱 가져다주는 아빠가 관식이다.어쩌면 내가 말하기도 훨씬 전에 슈퍼맨과 원더우먼을 자처했을 사람들 그것이 부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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